그녀가 떠난 날, 비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떠난 날, 비는 멈추지 않았다.그녀가 떠난 날창밖엔조용히 비가 내렸다.말없이 등을 돌린 그녀의 뒷모습에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컵에 남은 미지근한 커피,열지 못한 창문,그 사이로 스며드는비의 기척. 사랑은 끝날 때소리를 남기지 않는다.다만, 마음에 깊게고이는 물웅덩이 하나. 그녀의 향기가 사라진 이 방에빗소리만 가득 차오르고,나는 묵묵히그 소리를 벗 삼아 앉아 있었다. 비는 계속해서어제의 기억을 적셔댔고,나는 그 속에조용히 가라앉았다. 문득, 그녀가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오고가슴 깊은 곳에 감춰둔그리움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내게 말했지."비 오는 날은 외로워서,너와 함께 있고 싶다"라고. 이젠 그 말마저비 속에 흩어지고,나는 우산도 없이그녀가 없는 이 거리를 걷는다. 차가운 빗방울이눈물인지..
2025. 5. 1.
나무는 바람을 기다린다, 마음은 그늘에 머문다
나무는 바람을 기다린다, 마음은 그늘에 머문다햇살은 오늘도 이마를 간지럽히고,그 아래서 나무는 조용히 손을 펼친다.어제보다 조금 더 푸른 잎사귀들이세상의 숨결을 어루만지며 흔들린다. 바람이 분다.그저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긴 이야기를 품은 채로나무의 귀에 속삭이듯 다가온다. "잘 있었니, 나무야.너는 늘 그 자리에 있었구나."바람은 그렇게 인사하고나무는 말없이, 흔들림으로 답한다. 그 흔들림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기억이고 대화이고 감정이다.우리가 말로 전하지 못하는 수많은 순간들이그 가지 끝에 매달려, 휘청인다. 사람들도 그렇다.어떤 날은 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고,어떤 날은 바람처럼 어디론가 달려가며,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흩어지는 말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럴 때면 나무 그늘 아래 머무른다.그곳에는 말..
2025.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