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앞에 앉아, 비를 듣는다
바다 앞에 앉았다.
말없이.
단지 빗소리와 파도 소리가
서로를 덮고 밀어내며
귓가를 채운다.
비는 쉼 없이 내리고
바다는 멈추지 않는다.
서로 닿을 수 없지만
이토록 닮아 있는 두 존재는
내 마음처럼 요동친다.
차가운 물방울이 얼굴을 스치고,
젖은 발끝 아래
파도가 조용히 안겨온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비는 내 안의 말을 대신 흘린다.
이토록 많은 감정을
어디에 담아야 할지 몰라
비는 하늘에 부탁한 걸까.
그리고 하늘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그 마음을 맡긴 걸까.
바람은 거세고
우산은 소용이 없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젖음이 나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바다는 여전히 묵묵하고
비는 여전히 쏟아지며
나는 그 사이에 있다.
지금 여기서,
이 조용한 폭풍 속에서
조금씩 마음이 정리된다.
언젠가 그칠 이 비가
지금은 꼭 필요한 시간임을,
떠나간 것들도,
오지 못한 것들도
모두 이 바다 앞에서
한 번쯤은 안겨가길 바란다.
In Front of the Rainy Sea
Beneath a gray sky, the sea breathes quietly.
Raindrops fall like forgotten letters,
each one carrying a piece of longing.
Waves rise and fall,
like the sighs I cannot release.
Today, the sea listens
more than I can speak.
And in the endless blue,
the rain and I are finally the same
both searching for someone
to understand our silence.
雨降る海の前で
灰色の空の下、海は静かに息をしている。
雨粒はまるで忘れられた手紙のように落ちてきて、
一滴ずつ想いを運んでくる。
波が寄せては返すたびに、
こらえきれない溜息が心に満ちていく。
今日は、私よりも
海の方が多くを語ってくれる。
終わりなき青の中で、
雨と私は同じ存在になる。
言葉にできない静けさを、
誰かに分かってほしいだけ。
在雨中的海边
灰色的天空下,大海静静地呼吸。
雨点如遗落的信笺,
一滴滴承载着思念。
海浪起伏,
如同我未曾吐出的叹息。
今天,海比我更懂得倾听。
在无尽的蓝色里,
我与雨水终于变得相似
都在寻找一个
能读懂我们沉默的人。